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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100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장편소설/장편소설/독후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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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목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출 판 사 클레이하우스
  • 지 은 이 황 보 름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불안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책장을 덮고 긴 여운에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나도 이렇게 위로받고 싶은 거였구나. 나도 이렇게 사랑 받고 싶은거였구나. 나도 많이 외로운 사람이었구나....... 무수히 많은 생각들을 그대로 뒀다.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고만 싶었다.


좀처럼 책 읽기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편이다. 문해력이 떨어져인지 주위가 산만해인지... 모두 다 일거다.
모처럼 손에서 책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흘리고 있는 눈물을 그대로 뒀다. 나도 모르게 불안했던 감정을 그대로 뒀다. 나도 모르게 간질간질한 마음을 그대로 뒀다. 그냥 그렇게 했다.
그냥 그대로 둔 사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따뜻하다. 편안하다. 감사하다. 아쉽다 등의 감정을 밀려왔다.


마을의 작은 서점 휴남동 서점은 예전의 사랑방 같다. 사람 냄새가 묻어 나는 것이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어느 누구도 비난하거나 힐난하는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그래서 더 안정적이고 편안한 분위기가 된다.
개인적으로 조용한 분위기가 싫어 필요 없는 말을 많이 뱉어낸다. 돌아서 집으로 온 뒤 어김없이 베개 킥을 날리고 있다.

p.42-43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도 말을 한다는 건,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느라 자기 자신은 배려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억지로 있는 말 없는 말 다 꺼내놓다 어느새 마음이 공허해지고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민준의 상황에 화도 나고 불안하고 안도하는 시간이었다. 한눈팔지 않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원하는 세상으로 나가려는 순간마다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그랬다. 기성세대에서도 그렇지 않았다고 할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나은 삶이었다는 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서점의 단골손님 정서가 계약직으로 일하며 겪은 일은 이미 사회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영역이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의료현장에서 절실히 필요해 고용했다 지금은 그분들을 사회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우리는 눈으로 목격한 증인이다.

p210
정서는 예전부터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기계의 부품으로, 특히 톱니바퀴로 비유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언제든 교체 가능하며 늘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슬픈 도구, 그런데 계약직은 톱니바퀴도 될 수 없는 존재였다.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가게 도와줄 기름 같은 존재. 도구의 도구 같은 존재. 회사는 계약직 직원을 물에 섞이지 못하는 기름처럼 대하고 있었다.

가정이 학교가 사회가 하나가 되어 목표를 설정해 한눈팔지 못하게 한 곳으로 몰아갔다. 막상 그곳으로 가면 딱히 별다른 세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한경쟁에서 낙오된 좌절감만이 크다.

p279
"흔히들 현재를 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쉽지 현재에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현재에 산다는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행위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는 걸 말해요. 숨을 쉴 땐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고, 걸을 땐 걷기에만 집중하고, 달릴 땐 달리기에만.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과거, 미래는 잊고요."

책 한 권으로 내 인생에 변화가 화려하게 나타나지 않지만, 지금의 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잠시 쉬어도 괜찮구나. 주위에 잠시 내 마음을 빼앗겨도 괜찮구나.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 부드러운 손길 정도는 된다.
작은 서점이라는 공간에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모습에서 나에게 에너지로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