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2학년 남자아이....글쓰기 무지 싫어합니다.
일기는 자신에게 최악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아이입니다.
이날도 숙제인 일기를 쓰려고 앉아 있는데 이것저것 관여하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엄마 코에 뭐가 묻었다며 자신이 떼어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제 코에 묻어 있다고 하는거...이게 며칠째 제 얼굴에서 익어가고 있는 뾰로지였거든요.
아들에게 묻은게 아니라고 했더니 아프겠다며 안타까운 얼굴로 무언의 위로를 건네더라고요.
그런 아들을 보고 있으니 뿌듯하며 코끝의 아픔이 좀 가라앉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어요.
착각은 저를 무모한 도전을 부추겼어요.
뾰로지를 터트리게 하는 놀라운 용기!!!
하지만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뾰로지를 건더린 결과는 눈물 찔끔 나게하며 배꼽 밑에서부터 의식과는 상관없는 소리가 올라와 입 밖으로 터져 나왔어요.
이런 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은 엄마의 웃긴 퍼포먼스의 관객인냥 배꼽 잡고 뒤로 넘어가게 웃더라고요.
'괴심한것!!!'
저는 속으로 소리 질렀어요.
웃으며 엄마 콧구멍이 세개가 되었다며 또 웃어요.
외계인엄마라며 웃어요.
그러면서 신나게 일기를 써내려갑니다.
그림까지 그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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