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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100권

쇳밥일지_청년공, 펜을 들다/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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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목   쇳밥일지_청년공, 펜을 들다
  • 지은이   천현우
  • 출판사   문학동네

 
책을 읽을 때, 간혹 나는 나쁜 사람이기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불우한 환경이었다 이만하면 괜찮지 않나 스스로 위안삼을 때가 있다. 이번 책은 나를 나쁜 사람으로 단정하게도 했고 나름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았구나 위안 삼게도 했다.
 
<쇳밥일지_청년공, 펜을 들다>는 작년 2023년 경남독서한마당으로 선정되어 읽은 후 꼬박 일 년 만에 독서모임을 위해 다시 읽었다. 전직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으로 더 유명세를 타 대중도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다.
 
개인적으로 독서는 인간 즉, 개인의 삶에 좁게 형성된 스펙트럼을 좀 더 넓고 다양하게 해준다고 믿고 있다. 그만큼 개인이 다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을 간접 체험하면서 만족하기도 반성하기도 한다. 두번 째 읽는 이 책은 그런 생각으로 접근해 읽어 보기로 했다.
 
작가는 자신이 비정규직으로 산업 현장에서 일하며 겪은 사건과 사실을 풀어냈다. 이야기 초반은 작가의 유년시절 불우한 환경을 서술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기능대학과 산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주로 풀어냈다. 전기 관련 일을 하다 지인의 권유로 용접공으로서 삶의 궤적에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인생 서사가 보편적이지 않고 특별해 비정규직으로서의 삶이 독자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간 듯하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그런 산업 현장에서의 사건들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듯 글로 타인의 삶에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글이 조금은 더 섬세하게 표현되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기업체의 이름이 그대로 들어난 점, 자신의 경험이 큰덩어리의 실체인 것처럼 기술된 점 등이 그랬다. 
 
육아를 하는 엄마로서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주양육자인 엄마 생각도 아이의 생각과 일치할 수 없다. 양육에서 단정적인 어투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아이의 생각도 물어본 후 서로의 입장차를 인정하며 거리를 좁히는 거라 생각한다. 하물며 가정보다 더 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각화된 면에서 한 면만 보고 그것이 전부 사실인 것처럼 서술된 듯해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그렇다고 독자의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당사자의 입장 정도는 물어본 후 그 경험치로 글을 썼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컸다는 이야기다. 누구는 그래서 더 좋았다고 말하는 독자도 있다. 그 의견도 존중한다. 하지만 점점 서로의 입장에 선을 그어 놓고 선 밖은 틀리다는 극단으로 가고 있는 현 사회에서 글을 쓰는 작가라면 그래서 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작가의 다음 작품은 단정적이지 않고 상대방의 반론도 충분히 허용한 다듬어진 글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