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전 100권

인형의 집_헨리크 입센/희곡/페미니즘_희곡/독후 활동

728x90

  • 제 목 인형의 집
  • 지 은 이 헨리크 입센(신승미 옮김)
  • 출 판 사 (주)심야책방

그래요. 이해하지 못해요. 하지만 이제 세상으로 들어갈 거예요.
어느 쪽이 옳은지 밝혀낼 거예요. 세상인지, 아니면 나인지.


누가 봐도 단란해 보이는 가족. 남편 헬메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아이들도 너무 사랑하는 노라다.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한껏 들떠있다. 새해부터 남편의 일도 잘 풀려 돈 걱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는 기대감도 들뜬 기분에 큰 몫을 한다.
뜻밖에 오랜 친구 린데 부인이 노라를 찾아왔고, 미망인이 된 친구에게 일자리를 남편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그 자리는 남편의 부하직원인 크로그스타드의 자리다.
크로그스타드는 헬메르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재정적으로 힘들 때 노라의 부탁으로 돈을 대출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 된다. 여성으로서 대출받기 힘든 시기 보증서의 사인을 노라는 위조했다. 이 일로 남편이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것이 두렵다. 모든 사실을 남편이 알기 전에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남편은 끝내 사실을 알게 되고 불같이 화를 낸다.
극의 주인공 노라는 남편이 과거의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될까 두려운 마음과 사랑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용할 거란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힘든 시간 속 스스로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노라가 생각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남편은 자신의 명예를 더럽힐 아내에게 화를 내며 비난한다. 노라는 사랑하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자신이 지지받지 못하고 비난받는 사실에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150여 년 전 여성의 존재는 인간으로서의 존재보다 물건으로 취급되던 시대다. 여성으로서 사회적 자리는 딸, 아내, 엄마로 한정적이다.
노라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더 이상 남편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인형 같은 삶을 포기하기로 한다. 사회문제에 당당히 마주하려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노라를 상상해 본다. 철없는 부잣집의 안주인으로 비치는 삶을 보며 호수에서 우아함을 지키기 위해 물밑에서 발버둥 치는 백조가 생각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미리 짐작하고 단정 짓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노라가 알려준다.

노라처럼 사회의 많은 문제를 고스란히 몸으로 흡수해 원래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깨부수기 위해 많은 내적, 외적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고 외로운 싸움이다.
시간을 지나와 훌쩍 시대가 변한 지금의 자리에서도 노라가 얼마나 대단한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알겠다. 과연 내가 그 시대 속  있었다면 어떤 결론과 행동을 했을지 알 수 없다. 같은 여성으로서 오히려 더 비난과 혐오의 눈길을 보내지 않았을까 두렵다.

지금의 현실과 많이 겹쳐 보인다. 힘겹게 자신의 자리에서 부당함을 울부짖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 대부분은 노동자다. 같은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얼마나 매정하고 무서운지 요즘 생각이 많다. 한발 떨어져 보면 달리 생각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나에게 생길 피해를 먼저 생각하며 가해질 두려움이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닐까.
<인형의 집>을 읽으며 나를 보고 그들을 봤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p.141
내가 아빠의 손에서 당신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말이에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당신의 취향에 맞게 꾸몄어요. 그래서 나도 당신과 취향이 똑같게 됐어요. 아니면 적어도 그런 척했죠. 나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둘 다였던 것 같아요. 어느 때는 당신의 취향과 같았고 어느 때는 그저 그런 척했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이곳에서 빈민처럼 그저 근근이 먹고살았어요. 토르발, 당신한테 재롱이나 떨면서 살았단 말이에요. 당신이 그러길 원했던 거죠. 당신과 아빠는 나한테 지독한 죄를 저질렀어요. 내가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은 두 사람의 잘못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