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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100권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김달님)/나의 두 사람/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김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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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명  :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작     가  :  김  달  님

출 판 사  : 어떤책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를 읽고서

.

 간만에 비 같은 비가 내린 날, 책을 덮으며 눈물을 빗물에 섞어 보내고 있다.

 작가님의 전작 나의 두 사람을 읽으며 참 많이도 가슴 아파했었다. 후속작인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의 두 사람은 출판의 간극 보다 더 늙어 있었다.

 최근 읽은 책이 내 안의 다양한 나와 만나는 시간이었다. 이 책도 내 안의 다양한 나를 인정해야 한다는 스스로 당위에 흔들리는 내가 있다.

 유년 시절 대부분의 기억은 항상 아픈 엄마가 차지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서 더는 자신 마음을 지배하지 못하며 무너지는 엄마를 지켜보며 안타깝고 안쓰러웠으나 그보다 더 큰 감정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의 나 자신에 연민이 더 컸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그 시절 엄마를 떠올릴 때면 자식으로부터도 위로받지 못한 불쌍한 엄마라는 감정이 크다.

 ‘철들다라는 단어가 내 안에 서글픔으로 똬리 틀고 있다. 또래 아이처럼 투정도 안 되고, 떼쓰기는 더 안되고, 항상 나보다는 엄마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아이였다. 이런 환경이 자연스럽게 깊은 숲속 햇볕 들지 않는 그늘지고 축축한 음습함이 일상에 파고들어 스스로 불행한 아이라 단정 지어 놓고 살았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그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많았음에도 부정적인 나를 거부할 수 없었다.

 지금 가장 슬픈 이유는 내 마음이다. 힘든 유년 시절 뒤로 부양해야 할 부모님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것이 내심 나를 안도하게 하는 마음이다.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다는 건 삶의 중심이 나 외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일이라는 걸 그렇게 알았다.” 작가님의 글처럼 내 삶의 중심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테다.

 “나는 그 말이 외롭고 무서웠다. 할머니가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고 있다는 게. 할머니가 의지하는 사람이 고작 나라는 게.” 의지하는 사람이 고작 나라는 게그분의 세상 전부일 수 있다는 걸 이제 나는 안다.

 힘든 유년 시절 뒤 보호자 생활은 종말이 선언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으로 부모가 되었고 며느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호자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보호자로서의 작가님은 내가 경험하고 생각한 것보다 더 잘하고 있었다. 매일 매일 무너지는 생활에도 쓰러지지 않았고, 주변의 좋은 분들로부터 위로받으며 서서히 보호자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현대의 자식 세대는 부양 장소가 집에서 요양원으로 옮겨 가며 고민과 타협의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과 맞서고 있다.

 나 역시 고령 시어머님의 보호자 시간이 임박했다. 양육으로 지쳐가는 시간만큼 몸의 문제가 쌓이기 시작한 시어머님. 그사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이런 내 상황과 작가님이 겪어내고 있는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있다. 그 싸움은 자신의 늙음을 미처 받아들이지 못한 환자 스스로 싸움이 되기도 했다.” 시어머님 스스로 자신의 늙음을 인정하지 못해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나도 작가님처럼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 좋은 보호자가 아니어도 상대에게 악다구니를 쏟아내는 보호자가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