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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내 마음이 그런데 울어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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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아빠랑 이것저것 다양한 놀이로 재미있어했다.
저녁 준비하는 엄마에게 매달리지도 않고 오랜만에 아빠랑 사이좋게 잘 놀아 나름 기분이 좋은 저녁이었다.

저녁도 너무 잘 먹고, 자신보다 식사시간이 늦은 아빠를 책을 읽으며 기다려주는 모습에 흐뭇함까지 생겨났다.

 

오늘의 사달은 이렇게 발생했다.

토요일부터 그려 달라는 레고 히든 사이드 유령중 며칠째 미루다 오전에 그렸다

나름 각자의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책상 위에 보이는 하얀 종이가 있어 당연 새 종이라 믿고 그림을 그렸다.

아들도 엄마 그림 히든 사이드 유령이랑 비슷해지고 있다며 칭찬도 받으며 그렸다.

그렇게 완성된 엄마 그림 옆에 엄마랑 비슷하게 그릴 거라며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그 그림을 그린 종이가 뒷면에 어제 자신이 그린 그림이 있는 종이였다.

아들은 뒷면을 사용하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다.

아빠랑 엄마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설득, 협박을 당했지만 뒷면에 그림 그리는 것을 거부했다.

그런데 내가 오늘 그림이 있는 뒷면에 그림을 그린 거다.

 

저녁 먹고 있는 남편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이 울며 나에게 화를 낸다.

나는 상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아들에게 무작정 당하는 기분이 든다.

아들은 선 짜증 후 사건 통보하는 스타일이다.

오늘도 그랬다.

방으로 들어가 울면서 "엄마 들어와!"라고 하는데 나도 짜증이 났다.

"엄마 지금 기분 별로야. 기분 나아지면 들어갈게!

"엉~엉~ 엄마가 잘못 그렸잖아!"

"..............."

아무 대답 없는 엄마에게 불안을 느낀 게 느껴진다.

"...... 그럼 기분 나아지면 들어와 줘!!"

 

남편이랑 내가 이럴 때 어떤 기분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왜 우리 부부는 아이의 짜증을 그대로 받아주질 못할까?

서로 이야기 나누기하다 방으로 들어갔다.

 

콧물 눈물 흘리며 우는 아이에게 엄마는 뒷면에 그림이 있는 줄 몰랐다.

모르고 그린 건 미안하다.

그런데 무턱대고 엄마에게 화내고 짜증내면 엄마는 어떤 기분일까?를 묻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아들에게 설교를 한다.

아들은 "왜! 왜!" 짜증 낸다.

끝내 아빠에게 싫은 소리 들으며 "내 기분이 그런데 울면 안돼요??"

"내 마음이 울고 싶다고요." 하며 아빠에게 이야기한다.

 

그래 네 마음이 그렇게 시키니 어떻게 하겠니.

그 마음 온전히 받아주지 못하는 엄마가 미안하네.

내심 미안한 마음으로 방에 있는데, 끝끝내 아빠에 의해 강제적으로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우는 아들을 꼭! 안아주며 토닥토닥한다.

"엄마는 왜 나 안아주는데?"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야!"

엄마 품에 안겨 한참 더 울다 웃는다.

오늘도 쉽지 않은 날이다. 

 

엄마 옆에서 함께 그린 그림
엄마가 그린 그림옆에 자신의 그림을 그렸다.
어제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