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주 어릴 때 그림책 읽기 동아리 활동을 1년 반 정도 했었어요.
현직 도서관 관장님의 재능기부로 한 달에 1번씩 책 몇 권을 선정해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방식이었어요.
저는 나름 제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일찍 깨쳐서 그림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착각에는 답도 없다더니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었나 봅니다.
강사님이 소개하는 책에서 아이에게 읽어준 책이 1%도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 아이가 또래보다 뒤처진 독서량이 걱정이 되며 엄마인 저는 조급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강사님의 "많은 독서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을 계속 반복해 읽는 아이도 많다. 그러니 독서량에 엄마가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에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어요.
이번 책 「숲으로 읽는 그림책테라피」를 읽으며 예전의 제 모습이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어디서 어떤 이유로 생겨나는지 모르지만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실체가 없는 두려움은 사람을 소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두려움은 스스로가 만들어 낸 허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만큼 허상의 두려움이 가진 실체와 마주하면 싱거우리만큼 쉽게 걷히기도 합니다.> p.81
이 책에서 소개된 가슴 뭉클한 많은 그림책 중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초조하기보다는 기대가 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소개된 그림책 목록을 쓰면서 너무도 행복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것이 정리될 거라 생각하지요. 그래서 자꾸 아이의 문제점만을 꼭 집어서 지적합니다. 하지만 지적하면 할수록 다른 문제까지 넝쿨처럼 밖으로 드러나지요. > p.98
숲과 그림책의 조합은 썩 잘 어울리는 모양새입니다.
제 아이도 5살 어린이집 시절 1년간 숲 놀이터에 참여했었습니다.
숲 놀이터 마지막 시간에는 부모님들도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숲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네, 구름사다리, 해먹 등등 자연 속에서 놀거리가 풍성해 부모가 보기에도 재미가 동할 것 같은 놀이시간이었습니다.
3시간가량 진행되는 동안 우리 가족은 그늘 평상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좇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1년 동안 하지 않은 이야기를 아들은 엄마에게 귓속말로
" 엄마, 숲 놀이터가 너무 무서웠어!"라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혜도, 용기도 필요하지만 공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나의 상태를 알아채 주고 고개를 주억거려 주는 '공감' 그건 살아가는데 필요한 또 하나의 힘입니다.> p.137
아이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랐지만, 그랬냐며 아이를 꼭 안아준 기억이 있습니다.
또래와 달랐어 엄마인 저는 많이도 힘들었고, 아이는 더 힘들었던 그 시절이 지금도 울컥하게 합니다.
<가끔은 조그마한 포용이 큰 믿음을 낳기도 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어른이 주위에 있다면 그 아이는 건강하게 자랄 거예요.> p. 140
책을 통해 아이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 아이의 감정에 최대한 반응해 주지 못한 나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좋은 그림책으로 함께할 수 있어 저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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