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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주부

주말, 주부이야기/주구장창 부엌에 있어 주부입니다./브런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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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주부입니다. 주구장창 부엌에 있어 주부죠. 저는 튼튼하지만 게으른 큰 남자 한 명과 귀엽고 애교 많으나 엄마 껌딱지인 작은 남자 한 명을 모시고 삽니다.
주부는 주말이 싫습니다. 삼시세끼를 대접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구장창 부엌에 살고 있는 주부는 이번 주말도 음식을 만듭니다.

큰 남자는 뭐든 간단하게 먹자고 합니다. 간단하게 수제비, 간단하게 잔치국수, 간단하게 칼국수 입만 열면 간단합니다. 작은 남자는 뭐든 아무거나입니다. 그러나 절대 아무거나 먹지 않습니다. 간단한 수제비도 싫다. 간단한 잔치국수는 더 싫다. 간단한 칼국수도 별로다. 입만 열면 아무거나는 아무거나가 아닙니다. 그래도 이날 아침은 웬일인지 간단하게 김치 덮밥에 둘의 마음이 찰싹 달라붙습니다.

주부인 저는 정말 간단하게 김치 덮밥을 준비했습니다.


1단계 김치냉장고에 있는 김치를 꺼내 쫑쫑 썰어(절대 덤성덤성 안됩니다. 작은 남자는 단면이 넓은 음식을 싫어합니다.) 설탕과 참기름을 섞어 조물조물 무쳐 준비합니다.

2단계 냄비에서는 하얀 쌀밥이 벌써 보글보글 끓고 있습니다.

3단계 큰 프라이팬을 꺼내 기름을 적당량 두르고 계란 프라이를 합니다. 아참! 미리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합니다. 계란 노른자는 텁텁해 싫다는 작은 남자를 위해서입니다.

4단계 간단히 먹자고 했는데, 이날은 특별히 햄이 들어간 김치 덮밥을 준비합니다. 작은 남자는 뭐든 섞인 것보다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라 함께 먹어 본 기억이 없는데, 이날은 함께 들어간 것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햄도 잘게 썰어 뜨거운 물을 부어 식품첨가제를 제거하는 작업을 미리 했습니다.

5단계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계란 프라이를 접시로 옮기고, 남아 있는 기름에 김치를 볶습니다. 적당량의 기름이 들어가야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은 매직입니다.

6단계 적당히 볶아진 김치는 살짝 한편에 밀어 놓고 햄을 볶아 줍니다. 그러다 햄이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합체가 이루어집니다. 이때의 냄새는 기름에 볶아진 김치와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확실히 맛이 배가됩니다

7단계 이제 모든 준비가 되었습니다. 큰 접시 절반을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공간에 잘 볶아진 햄. 김치볶음을 올려줍니다. 이제 둘의 꽁냥꽁냥 사랑을 살짝 가려줄 계란 프라이를 덮어줍니다.


이제 상차림을 해 간단하게 먹으면 됩니다.
간단하게(?) 차린 음식 정말 더 간단하게 게눈 감추듯 두 남자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다음 과정은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죠. 싱크대에 산처럼 포개진 그릇들을 찾아 깨지지 않게 설거지를 하면 됩니다.
아침은 이렇게 간단하게 먹었으니 이제 간단한 점심을 위해 다시 부엌으로 가야겠습니다.

모두들 즐겁고 간단하게 맛있는 식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