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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100권

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정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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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자식이 어떻게 '남'이냐는 질문이 날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자식은 '나'인가? 내가 두통으로 한 걸음도 땅에서 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치자. 자식이 그 고통을 같이 느낄 수 있는가? 내가 세상에 대한 고립감으로 가슴이 미어지늗 것 같다고 치자. 자식이 그 마음을 체감하는가? 천만에. 세상은 누구도 내 두통, 내 고립감, 내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10분의1, 아니 100분의1도. 그러므로 자식은 남이다. 남편도,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가족은 비교적 가까운 남일 뿐, 남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은 남들에 의해 부정당하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상처와 불행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남이란 무엇인가? 내가 아닌 사람. 그렇다면 남과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거리를 두고 예의 바르게.
- p54 본문 내용 중


책의 프롤로그부터 심상치 않은 뼈때리는 글로 시작 되더니, 기여히 나를 무릎 꿇릴 기세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은 회복상태인 나름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환자다.
퇴원과 동시에 나에게는 삼시세끼를 기다리는 아이와 남편이 있다.
그와중에 무릎이 불편하셔서 수술을 기다리는 늙은 시모에 시누들의 은근한 맏며느리로서의 책임을 내비치며 나의 마음을 들쑤시고 있다.
정말 내가 딱! 죽겠는데, 누가 눈에 보이랴!!!
하지만 몸이 곡소리를 낼지언정 입으로는 "네~네~"하면 마음의 불편한 소리를
한곳으로 치운다.
수술후 열이 끓어 내 입으로 들어가는 끼니도 힘겨운데, 가족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해내는 내가 싫었다.
그와중에 살갑지 않은 남편이 더 미웠다.
살면서 기대를 버려야 내 삶이 더 황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가 인지하고, 기대를 버렸다 생각했는데, 몸이 아프니 마음이 아프니 스멀스멀 퇴군한 줄 알았던 기대감이
나를 점령해 스스로의 마음에 생채기만 낸다.
홀로 잠들지 못하는 열끓는 밤 베갯잇 적시며 남이다! 남이다! 를 속으로 되뇐다.

작가의 글처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예의 바르게"